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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Paris)라는 도시에 대해서는 간단히 말할 수 없다. 유명한 관광지인 수많은 도시가 있지만 파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봐야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부터가 신기하다.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도시, 새로운 것이 보이는 도시, 그래서 여러번 갔어도 또 찾게 되는 도시로는 단연코 파리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 한 번 가면 당연히 에펠탑을 보고 샹젤리제를 걷고 쇼핑을 하게 되지만 자꾸만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신기한 도시이다.

파리에 여행을 가면 전체적으로 드는 느낌은 이렇다. 에펠탑이 높고 라데팡스 지역의 고층건물들 말고는 어쩌면 이렇게 도시 전체의 높이가 납작한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건물의 높이를 6층~7층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1860년대 나폴레옹 3세때 이렇게 제한하는 재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 때 처음 계획한 것이 도시를 관통하는 도로망이었다. 개선문 위에 올라가서 보면 방사형 도로가 4방으로 뻗어 있는데 정말 신기하다. 콤파스를 찍어 돌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때 높이 규제를 25미터로 했다. 그때는 층고를 낮게 해서 7층까지 억지로 넣거나 옥탑방을 끼워넣었는데 지금은 31미터로 상한을 조금 더 높였을 뿐이다. 요즘 건물에는 천장에 설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해서 조금 높인 것일 뿐 자그마치 150년 동안 예전의 그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렇게 한 덕분에 파리는 태양을 가리지 않는다. 몽마르트나 퐁피두 센터와 같은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 보면 지붕들만 보이고, 그 풍경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픈 감상에 젖게 된다. 영화 물랑루즈에서 보았듯, 많은 사랑은 지붕 바로 아래 옥탑방에서 이루어졌다.

파리의 또 다른 특징, 어디에 가건 모두가 명소다. 어느 동네를 가든 다 멋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이지만 대도시 같은 느낌이 아닌 아기자기한 동네 동네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파리는 20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파리는 그 하나하나 모두에 갈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명소들이 있다. 이런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코너마다 카페가 있다. 사람들은 멋을 낼 줄 안다. 이런 바탕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미래도시인 "라데팡스"가 더욱 신비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파리는 서울의 면적의 1/6 밖에 되지 않고 서울보다 인구 밀도는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유럽도시를 이야기 할 때 꼭 탁 트이고 공원이 많고 인구 밀도가 낮아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인구 밀도 높은 대도시라 할 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년간 1천만~2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파리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파리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또 다른 전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라데팡스(La Défense)는 "대통령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지역이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로마시대의 개선장군들 처럼 임기중에 인상적인 건축물을 하나씩 남기고 싶어했고 그 것이 대통령 프로젝트이다.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이 대표적으로 파리의 대통령 프로젝트로 세워진 건물이다. 

미테랑 대통령 시절인 1989년은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의 해였고 EU연합의 결성을 앞두고 있던 시기라 이 "대통령 프로젝트"를 좀 더 크고 멋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9개의 프로젝트를 했고 그 모두가 성공했다.

라데팡스의 "신개선문(Grande Arche)"이 그 중 하나이다. 파리를 여행할 때 파리의 전통적인 모습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라데팡스와 같이 아주 SF적인 콘셉트로 여행 계획을 짜 보는 것도 좋다.

라데팡스라는 초 미래형 공간이 자그마치 1950년대에 만들어 졌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그 때 이미 기차 등을 모두 지하로 넣고 오로지 보행자들의 공간으로 기획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다. 지금 봐도 미래의 모습으로 보일 정도인데, 영화 <아이,로봇>에 나오는 큰 공간이 바로 이 라데팡스를 모티프로 만든 공간이다. 

이렇게 앞서가는 SF적인 공간을 1950년대에 만들어 놓고 그로부터 40여년 후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신개선문" 프로젝트이다. 이 "신개선문"은 그야말로 4차원적인 건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우리가 잘 아는 개선문에서 5km 전방이면서 라데팡스의 중앙에 위치 해 있다.

"신 개선문"은 그냥 보기에는 가운데가 뚫린 큐브 모양의 밋밋한 건물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것에도 모두 의미가 있는데, 그 뚫린 사각형 속에 개선문이 정확히 딱 들어맞는다. 노트르담도 딱 들어가는 가로, 세로, 깊이가 각각 110m인 거대한 크기의 빈 공간이다. 이 신개선문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는 풍경도 예술이다. 

개선문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 신개선문이 정확히 정면으로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6.3도가 틀어져 있다. 지하는 온갖 교통 수단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너무나 복잡해서  기둥을 꽂아 넣을 공간을 마음대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이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살짝 각도를 튼 것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정 입방면체가 살짝 각도를 틀면서 안쪽면이 살짝 보여 더욱 입체적인 모습을 더해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신개선문의 위에 올라가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개선문 위에 올라가서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에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쪽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감동적일 수 있다. 마치,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스타게이트를 바라보는 기분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는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유럽도시의 느낌이 당연히 1차적으로 들지만,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 라데팡스 지역에 가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1990년대에 모두 완성되었고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도 그 당시에 함께 지어졌는데, 이 모두가 도시 안에 버려져 있던 공간을 멋있게 살려낸 것이라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9조가 넘는 돈을 쏟아 붓는 것에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관광수익과 비교하면 더는 비판할 수 없다. 에펠탑도 대표적으로 그런 조형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이 "대통령 프로젝트"가 주는 교훈이라면 이 것일 수도 있다. "뭘 하려거든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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