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무리 조그맣다 하더라도 도시마다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마음 먹고 한 번 쯤은 여행을 할 만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제 2의 대도시이면서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구 시가지의 특색도 있는 이 "부산"이라는 도시는 한국인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그 중에서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이 있다. 산복도로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다 보니 걸어올라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해 마을 입구까지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평일에도 마을 입구는 주차 문제로 바글거리고 복잡하다.
감천문화마을로 갈 때, 부산지하철 1호선 토성역에 내려 8번 출구로 나와서 감천문화마을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길을 택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것도, 지도 어플이 안내하는 큰 길, 편안한 길만 따라가지 말고 작은 모험을 하자. 즉, 지하철 입구로 나온 직후 감천문화마을이 있는 방향만을 머리 속에 딱 집어넣고 그 방향을 향해 올라가면서 작은 골목 골목으로 겁내지 말고 들어가 보자.
그렇게 아미동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또 하나의 볼거리인 "비석문화마을"을 통과해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어가면 두 배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걸어 올라가도 넉넉히 30~40분 쯤이면 감천문화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올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작은 골목들 사이사이에서 시원한 경치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
작은 골목들을 걸어갈 때에는 동네 주민들께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하는 배려는 당연히 해야 한다.
걸어올라가는 길에서 이런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부산의 이 가파른 산복도로 일대는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산복도로는 특정한 도로의 이름이 아니라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 곳을 여행할 때에는 그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한 번 떠올려 볼 것을 권한다.
이 "비석마을"은 이름이 독특한데, 마을 이름 속의 '비석'은 우리가 아는 그 묘지의 '비석'이 맞다.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 마을에 있는 집들은 실제로 비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였고 한국전쟁 당시의 피난민들이 이 곳에 정착하면서 비석을 이용해 집을 짓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집들의 벽 일부가 비석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특별한 관광 안내문이 없지만, 감천동 감천고개에서 아미동 산상교회에 이르는 지역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고 지도에서 찾아보자.
그렇게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 올라가서 감천문화마을에 도착한다.
사진에서 보듯 작고 귀엽고 알록달록한 집들이 이 마을의 트레이드마크이긴 하지만, 나는 그 보다 바다와 산과 마을이 이토록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부산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 등의 별명을 붙이곤 하는데 사실 살짝 웃음이 나긴 하는 이름이다.
그냥 감천마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이 감천마을 역시 한국전쟁 이전에는 소수의 주민들만 모여 살던 동네였는데 피난민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다닥다닥 집들이 붙은 모양이 됐다.
지금은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관광지가 되었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땅덩어리 넓은 나라 출신인 남편도 산과 동네와 바다가 동시에 보이는 이런 올록볼록한 풍경이 너무나 오묘하다며 사진을 계속 찍어댔다.
날씨 화창한 가을날이어서인지 평일인데도 마을 입구에는 이 정도의 관광객이 있었다.
특히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마을 바로 입구까지 밀려드는 차 때문에 정말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지하철역에서부터 조용한 골목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올라오기를 권한다.
마을이 한 바퀴 돌기에 오래 걸리지도 않는 아담한 크기여서 계속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동네를 두세바퀴 돌고 전망대인 "하늘마루"에서 탁 트인 풍경을 온 몸으로 즐기고 나면 카페에 좀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데 그다지 마음에 쏙 드는 카페는 없었다.
"행복우체통 포토존"이 있는데 그냥 커다란 우체통 모습의 조형물일 뿐 실제로 편지를 넣으면 배달해 주는 그런 기능은 없다.
너무나 앉고 싶어서 아무데나 들어갔던 카페인데 2층으로 올라가니 천장이 저렇게 낮았다. 하하하.
남편이 키가 크기도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낮은 천장이 귀여웠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곳이 감천문화마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어린왕자 포토존"이다.
늘 저렇게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좀 우습다. 저렇게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의 중간에 앉아서 뒷모습을 사진에 담는 아주 그런 전형적인 사진을 생산하는 곳이다. 듣자하니, 저렇게 앉아서 사진을 찍으려다 아래쪽 지붕으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어린왕자와 생텍쥐페리의 나라에서 온 남편이 저 광경을 보더니 이런 반응을 보였다. "아니 대체 왜 여기에 어린왕자가 있는거야?!!!! 또 뭘 저렇게 줄까지 한참 서서 똑같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거야?!!! 하하하하하!"
직접 줄을 서서 저 뻔한 사진을 갖는 것 보다 저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들이 여럿 있는데, 지나가다 본 반지 가게에서 커플링을 맞췄다.
한 개에 7000원이었나 정도로 저렴한데 녹도 슬지 않는 재질이라고 하고 이름도 새겨주고 해서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우리 부부 각자의 이름을 상대방의 반지에 새겨 넣었다.
부산여행에 필수코스가 된 감천문화마을...
부산시의 지원과 사하구의 적극적인 자세와 예술가들의 작품이 만나서 관광지로서는 연간 1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꽤 성공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물론 주민들은 불편을 느끼겠지만 이 쯤 되면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사실 것 같기도 하다.
살고 있는 주민들께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어떻게든 좀 늘어야 할 것 같다. 경제적인 보상보다도,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조용히 하고 남의 집에 기웃거리거나 도촬 같은 것을 하지 않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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