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유 없는 반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어떤 식으로 기성 세대에게 반항했을까?
만일 <람보>가 없었다면 현재 우리는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미국 중산층의 세계를 파괴해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현실적 압박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 같지 않나?
1997년 8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영화 평론가 진 시스켈과의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하이눈, 1952>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에게 있어 가장 사실적인 영웅이었습니다. 그의 눈을 들여다 보면, 자신이 죽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아주 싫어하는게 보입니다. 그래도 그는 그 일을 하지요. 나에게 진짜 영웅주의는 그런 것입니다. 옳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바로 영웅이죠."
여기서 "가장 사실적인 영웅"은 물론 게리 쿠퍼가 맡은 보안관이었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서 마을을 습격하는 살인자들을 결코 놔둘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영화 <하이눈>이 가진 특징은 사건이 실제 시간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쿠퍼는 마을 사람들 속에서 자신과 함께 싸울 지원병들을 찾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은 전부 겁쟁이였고 결국 혼자서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의 새 신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평소 폭력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제 그 믿음보다는 자신의 남자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결심한 것이다.
자유 세계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 공동체 의식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ㅣ는 나라의 대통령이 <하이눈>을 좋아한다니 좀 이상하기도 하다. 이 영화는 결국 단 한 사람이 악당들로부터 바보스런 이웃들을 전부 구해낸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바로 그것이 미국의 모습이다.
클린턴이 이런 생각을 한 것은 과대망상 때문일 수도 있고, 자기 도취의 결과일 수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인터뷰 후 <하이눈>에 대해 다시 곰곰이 따져보고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를 일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이라크 공습을 결정할 때 클린턴 옆에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함께 있어주었다.
더욱 외로운 대통령도 있었는데, 바로 리처드 닉슨이었다. 그는 <패튼 대전차군단, 1970>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오해를 받은 패튼 장군이 그를 넘어뜨리려는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군인으로서 당당히 살아남는 모습을 보면서 닉슨이 감격하고 눈물을 흘렸을 모습이 선하다.
어떤 역사가들은 닉슨이 <패튼 대전차군단>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미국과는 상관도 없는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 지난 20세기에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물론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겠지만, 널리 호평을 받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이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며, 그가 정책을 펴나간 시각과 믿음들이 대부분 1935~1946년 사이의 미국 영화들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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