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걸작 스릴러 <양들의 침묵>과 속편 <한니발> 제작 뒷얘기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년 작품
감독 : 조나단 드미 Jonathan Demme
주연 : 조디 포스터(클라리스 스탈링 요원), 안소니 홉킨스(하니발 렉터 박사)

한니발 Hannibal
2001년 작품
감독 :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주연 : 안소니 홉킨스(닥터 한니발 렉터), 줄리안 무어(클라리스 스탈링 요원)

<양들의 침묵>의 결말은 속편을 기대하게 했다.
2억7천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고 오스카상(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시나리오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의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속편을 만드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속편 <한니발>을 만들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우선은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 스털링이라는 인물이 탄생하게 된 근원인 책의 작가, 토머스 해리스가 두 사람의 후속 모험담을 다 쓰기를 기다려야 했다.
상당한 금액의 계약금을 미리 받은 해리스는 집필을 서두르지 않았다. 두꺼운 원고가 마침내 출판사에 도착한 것은 1999년 3월 23일. 이것은 즉시 배우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감독 조나단 드미, 제작자 디노 디 로렌티스에게 보내졌다. 디노 디 로렌티스는 브라이언 콕스가 만족을 모르는 정신과 의사 역으로 나왔던 마이클 만 감독의 <맨헌터 Manhunter, 1986>를 제작한 이래 렉터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해서 제일 먼저 알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조나단 드미와 <양들의 침묵>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테드 텔리는 얼마 안 있어서 속편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알려왔다.
디 로렌티스는 마침 <글래디에이터>의 촬영을 마친 상태였던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토머스 해리스의 원고를 각색하는 일은 데이빗 마멧에게 맡겨졌다. 주인공 연ㄱ을 맡을 배우들이 시나리오 최종 버전을 읽고 출연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그 외의 역할에 대한 캐스팅이 여름 동안 이루어졌다.
제임스 우즈가 배신자 폴 크렌들러 역의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이 역할은 레이 리오타에게 돌아갔다.

가을에 마멧이 시나리오를 탈고했지만 디 로렌티스와 영화를 공동 제작하고 국제 배급을 맡기로 한 유니버설 사가 즉시 퇴짜를 놓았다. 다른 연출 일정을 핑계로 마멧은 시나리오에서 손을 뗐다. 결국 그 일은 <쉰들러 리스트>의 시나리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존 트라볼타가 주연한 <시빌 액션>을 감독한 스티븐 제일리언에게 넘어갔다. 그의 주된 임무는 원작에서 별로 강렬하지 못했던 결말 부분을 뜯어고치는 것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지쳐서 모든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던 앤소니 홉킨스가 12월 말,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렉터 역을 다시 맡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이미 해리스의 원작에 대해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던 조디 포스터는 클래리스 스털링 역을 포기하고 자신이 감독하는 영화 <플로라 플럼>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제작자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그들은 <애나 앤드 킹>의 형편없는 박스오피스 성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디 로렌티스가 "중요한 것은 좋은 감독과 좋은 스토리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갖춰진다면 나라도 스털링 역할을 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2분 만에 관객들은 조디 포스터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될 것임을 장담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후 그들은 새로운 스탈링을 찾아나섰다.

갖가지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케이트 블란쳇, 질리언 앤더슨, 안젤리나 졸리, 힐러리 스웽크 등의 이름이 떠돌다가 2월 중순, 결국 줄리앤 무어가 스탈링 역을 따냈다.
얼마 후 줄리안 무어는 FBI 간부 훈련소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했다. 나머지 캐스팅은 곧 완료되었다. 게리 올드만이 한니발을 만나 얼굴이 망가진 채 병석에 누워 복수를 준비하는 백만장자인 메이슨 버저 역을 맡기로 했다.

5월 8일에 촬영이 시작되었으며 마침 <글래디에이터>가 <양들의 침묵>의 이미지를 대충 조합해서 만든 예고편을 앞에 달고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6월에는 촬영팀이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의 중앙역에서 대규모 군중 신을 찍었고 다음으로는 버지니아의 리치몬드 지방으로 옮겨갔다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쉬빌에서 8월 말에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의 미국 개봉은 2월로 잡혔는데 그보다 10년 전 <양들의 침묵>이 개봉했던 것과 거의 같은 날짜에 맞출 수 있게 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