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웹기획 일을 하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홍보 일까지 더불어 하다가, 또 무언가를 계기로 올해는 대놓고 사람뽑는 일까지 더 하게 됐다.
처음으로, 아주 많은 이력서를 한번 걸러 요약하는 스캐닝로봇 같은 생활을 일주일 가까이 하는 동안,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하겠는지 스스로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됐고 그걸 한번 남겨보고 싶어졌다.
그냥 흘려버리기 아쉬웠지만 정리가 되지 않아서 모른척 하고 있던 주제였는데, 레인블루님의 글을 읽고 초공감 댓글을 남겼더니 레인블루님 블로그를 통한 유입이 꽤 많은거다. 흠;;;
그래서 뱉은 말이라 실천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 막상 쓰려니 부담백배인 것이, 레인블루님이 언급한 내용 외에 뭐가 더 있을까 싶은거다. ㅋ
뭐, 크게는 동어 반복일거라고 미리 꼬리를 빼면서, 말씀 중 특히 공감하는 것을 더 강조하는 의미로 재탕하면서 생각나는 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보겠다고 우겨본다. 흠;;
그럼 본론으로.
(중요도 순서는 아니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쓰기로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런 경우다.
회사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요구되는 점이 다를 것이므로 밝힙니다.
- 취업사이트의 온라인 지원, 자사 양식, 홈페이지 지원 세가지 채널을 모두 사용해 이력서를 접수받았다.
- IT 관련 중견기업이며 7개 직무의 신입, 경력직 모두가 대상이었다.
미리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선입견이 생기기 전에 미리 나름대로 생각해 본 '서류전형 통과 기준'을 모니터 옆에 써붙여 놓고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되뇌면서 검토했지만 완벽히 그럴 수는 없다는 점도 당연할 것이다.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면서 참 답답하기도,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면면이 구인 기업의 현재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이력서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한숨 쉬게 만든다면, 그 또한 회사의 거울로 냉정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 자사 양식, 자사 홈페이지 지원으로 공략
취업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지원’은 묻지마 원클릭 지원이라, 허수가 많아 걸러내는 작업에 공수가 많이들어, 홍보 목적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취업사이트의 구인공고에 ‘자사양식’이 첨부돼있거나 ‘홈페이지 지원’도 가능하다면 그 쪽을 통하는 것이 훨씬 낫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놓은 양식이니 검토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고, 지원자의 정성도 어느 정도 보고 싶은 의도에서다.
게다가 1위 취업사이트임에도 기업회원을 위한 기능이 예상보다 아주 불편하다는 것까지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더욱 자사양식 비중을 높이고 싶다. 사실, 폰트 종류와 크기까지 지정하고 우상단에 희망연봉을 딱 적으라던 재수없다 생각했던 회사들의 담당자 심정도 이해할 지경이 됐다.
2) 죄송하지만 자기소개는 대각선으로 읽습니다. 그것도 경력란이 알찬 경우에만.
변명하자면, 나는 회사 동료의 결혼 청첩장의 모든 글을 읽고 주례사까지도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라 초반에는 자기소개를 모두 읽으면서(곧이 곧대로 믿기까지 하면서), 인성면접까지 보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몇십통이 넘어서면서 바로 자연스레 포기하게 됐는데, 부족한 시간 때문만이 아니라 대부분 다 똑같기 때문이었다.
청년실업이 큰 문제라는 요즘은 자기소개도 뭔가 다채로와졌을 줄 알았는데, 임팩트가 있어 다 읽게 되는 경우는 참 드물었다.
특히, 시작이 “어디서 몇남 몇녀의 몇째로 태어났다”이면 이하는 안 봐도 된다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고, 이런 상투적인 글이 아직도 정말 정말 많다는 것에 약간 충격 받기까지 했다.
“어디서 몇남 몇녀중 몇째로 태어났는지는 입사하시면 여쭤볼게요.”
(물론, 직무에 따라 자기소개 글솜씨도 경력만큼이나 필수라 꼭 읽어봐야 하기도 한다.)
3) 45도 셀카 뭥미!
에이 설마 정말로 그럴까.. 라는 생각이 상식이라 애써 믿고 싶을 정도로 이런 사진이 생각보다 무척 많다.
뭔가 심각한 리터칭을 잔뜩 먹인 사진들, 단체사진에서 오려낸 사진들은 흔할 지경이고,
오픈카에 잠자리 안경 쓰고 앉아서 찍은 45도 우상향 셀카 바스트샷이 실제로 있었다!!! 이런 건 주위에 돌려보고싶은 충동까지 일으키니 입사가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바란다.
4) 회계학 전공 신입이 웹기획에 지원하는거면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레인블루님 글에서 가장 공감했던 게 이거다. “신입이라도 경력란을 채우세요.”
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재학중 인턴십, 스터디, 학과 프로젝트 등의 ‘경력스러운’ 경험이 있다. 꼭 경력란을 채울만하지 않다면 독학한 내용이나 지원한 직무에 가진 관심과 열정이라도 와닿게 적어야 한다.
특히 학교 이름과 어학점수만을 믿는 건지, 전공이 아닌 직무에 지원하면서 아무 말이 없는 경우는 정말 난감하다. 대졸 예정인 진정한 신입사원을 뽑고 싶어도 이력서를 통과시킬 명분이 없는 경우다.
1차 심사를 통과 시키면서 “학벌이 좋아서 무조건 통과시켰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다.
5) 각 취업사이트의 특징에 맞는 경력 작성
취업사이트의 기능이 기업에 아주 불편하다는 얘길 했는데, copy-paste가 안 되거나 이력서를 파일로 다운로드할 수 없다거나, 지원자별 url을 딸 수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IT 직종이다 보니 경력란에 url 나열은 필수인데, copy-paste가 안되니 이력서 주인들이 각각 링크를 걸어놓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긴 경력 소유자들은 이제까지 해온 일들을 간단히 요약해 상단에 써주고 나서 아래에 더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도 괜찮다.
취업사이트의 지원자 현황에는 우선 이력서 제목만 보여지기 때문에, 컴팩트한 제목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웹개발 경력5년 홍길동 어쩌구저쩌구”.
기본적으로 지원부문과 경력 정도를 포함하면서, ‘어쩌구저쩌구’ 부분에는 기억될만한 슬로건이 하나 붙으면 좋겠다.
6) 당신이 다녔던 회사, 이름만으론 저는 몰라요.
경력이나 포트폴리오 란에 재직했던 회사나 참여한 사이트 이름만 써두면 어떤 회사인지, 어떤 사이트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웹에이전시 경력 위주인 웹디자이너는 구축한 사이트만도 수십개에 달하는데 그걸 다 열어볼거라곤 본인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종류나 규모별로 묶거나, 어떤 사이트라는 설명을 곁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다른 직무에도 해당된다. 재직했던 회사들의 이름만 나열하면 아무런 파악이 안된다. 일일이 찾아보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회사 이름 만큼이나 ‘무슨일을 하는,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였고,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느냐’를 바로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7) 기타, 잡것들
- 파일명엔 본인 이름과 지원부문을 : 자사양식까진 좋았으나 파일명이 “공채지원.doc”
- 희망연봉은 백단위 : 희망연봉 5000~6000 은 얼마를 희망하는거?
- 완전 독특한 형식의 자신만의 이력서는 오바 : 우리 사이트를 패러디해서 만든 32장짜리 ppt. 흠;;
- zip은 zip으로 : egg 푸느니 안볼 확률이 높음.
- 직무별로 특별히 보는 요소들 : 웹기획 지원 이력서에 틀린 맞춤법이 수두룩. 어쩔!
- 공백 기간에 대한 설명, 이직사유 쓰는 것이 좋음 : 대학교를 12년 다닌 분, 회사와 회사 사이 사라진 3년은?
8) 기타, 꼭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었던 분들
- 모든 연락처를 비공개 처리해둔 김씨
- 자기소개에 “이해력이 떨어지는 편임” 이라고 써둔 박씨
- 경력란에 포트폴리오 블로그만 딸랑 써두고는(그건 나쁘지만은 않음), 모든 포스트를 '이웃공개' 해둔 최양
- 컴퓨터 시스템 엔지니어에 당당히 지원한 비행기 엔지니어 출신 이씨
- 취업사이트 이력서 제목을 “취직시켜주세여~” 라고 해둔 강양
직장 구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런 일을 처음 해본 사람의 날(生)후기이니, 고수님들의 깊은 의견과 가르침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발로 썼는데;;;,, 더 생각나면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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