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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지은 듯한 제목에, 포스터도 밋밋하다.
이야기를 애써 요약하자면 "무명의 권투 선수가 여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을 딛고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감나는 권투 장면에 공을 들인 영화는 이미 많이 있다. <Raging bull>, <알리>, <록키>, <스내치> 같은 영화들처럼 말이다. 

이 영화 <더 파이터>는 위에 나열한 영화들처럼 기억에 남을 만큼 획기적인 촬영이나 화려한 편집술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권투는 별로 하지도 않은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화인 권투 영화다."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차별화 된 무언가가 있다.

이야기가 개인의 인간승리 보다는 주변인들과의 관계로 한꺼번에 묶여 진행된다.
성격이 괄괄한 엄마와 그에 못지않은 딸들 속에서 아들 '미키'는 당장 돈이 되는 시합에 나설 수밖에 없는 희생을 강요당한다.
왕년에 '슈가레이'를 다운시켰던 형 '디키'는 훌륭한 전략가로 '미키'를 지도하지만 마약에 취해 사고를 저지르는 통에 '미키'의 성공을 위해서는 잘라내야 하는 존재로 객관화 되어 있다.
권투 선수로의 성공 과정, 위험한 확신으로 발목을 잡는 가족을 끊어내려는 결단, 그리고 결국 그럴 수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 마약을 이겨내는 형의 이야기, 빠질 수 없는 러브스토리, 이 모두에 골고루 포커스가 있는 영화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요소들이 모두 잘 섞이고 다른 이야기들을 더 극적으로 뒷받침하려면 3시간 정도는 필요했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 전체적으로 생각하다보면 오히려 그런 점이 미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뭔가 극적인 연결이 약하다 싶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작품이 과장없이 사실적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 동안,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영화적으로 과한 변형을 가한 영화들에 면역이 돼버려 그런 전형적인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처음과 끝을 다큐멘터리같은 인터뷰로 처리했고, 특히 끝 장면의 인터뷰 후에는 엔딩크레딧이 오르는 동안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오랜 관찰에 의해 탄생한 것인지 느껴진다.

덧붙임.
'마크 월버그'의 존재감이 조금 아쉽다.  조연인 '크리스찬 베일'의 존재감에 묻힌다.
이제껏 크리스찬 베일의 약간 바람 새는 발음이 안타까웠는데 '디키' 역으로는 아주 딱이었다.ㅎㅎ
아역 출신으로 가장 훌륭한 대 배우로 성장한 경우로 손꼽히는 '크리스찬 베일'은 여전히 짜릿할 정도로 멋있지만 역시 많이 늙었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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