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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며 처음으로 이런 감정을 느껴 보았다.
즉, "아니 이런, 흥행하겠잖아!!!"
처음이다, 처음. 
그의 영화가 "국내 흥행"이라는 어구와도 그리 무관하지 않게 느껴진 것이 말이다. 
그 시작은 '스칼렛 요한슨'의 덕분이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그녀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다. 
여기, 오랜만에 평단과 관객의 시선이 같은 높이를 향하게 될 가능성의 근거가 있다.

미국의 평단으로부터 '우디 앨런'의 최근 10년 중에 가장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가가 들려오고 있었다.
'로저 에버트'는 '우디앨런 top 5'에 꼽기까지 했다.  로저 에버트의 견해는 나의 견해와 종종 맞지 않아 왔으니 그의 과장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고 흘려버리자. 
그의 "최근 10년"이라는 것 역시, 그 10년 간의 작품들이 워낙 안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는 생각에 '그 중엥 수작'이란 말이 그리 개운치 않았다. 
하지만, 우디앨런! 그의 초기작을 너무나 사랑한 팬에게 그 이름이 주는 기대라는 것은 여전히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이다. 

줄거리 없는 리뷰에 익숙치 않은 다수를 위해  네이버가 제공하는 줄거리를 넣는다. 

신분상승의 욕구로 가득찬 테니스 강사 크리스. 자신이 가르치던 부유층 집안의 톰과 친하게 되면서 그 여동생 클로에를 만나고, 클로에는 미남에 운동까지 잘하는 크리스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그러던 어느날 크리스는 누가 봐도 한눈에 반할 만큼 아름답고 섹시한 미모를 가진 톰의 약혼자 노라를 보고는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분상승의 욕구가 간절한 크리스. 그는 로라를 가슴에 품은 채 클로에와 결혼을 해 장인의 회사에 취직, 출세가도를 달리며 꿈에 그리던 영국 상류사회로 들어간다.  그러나 늘 가슴 한쪽에 사랑의 욕망을 간직하고 있던 크리스. 우연히 미술관에서 노라를 만나고, 크리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노라의 집을 드나들며 위험하지만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클로에의 눈을 속이며 로라와의 만남을 계속하던 어느날 크리스는 노라의 임신소식을 듣게 된다. 그렇게 갈망하던 신분상승과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과감히 버리지도, 그렇다고 사랑의 감정대로 노라를 선뜻 선택하지도 못하는 크리스. 결국 노라(사랑)와 클로에(성공)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때로는 '선택'이라는 것이 '우연'이나 '기막히게 좋은 운'보다 더 어렵다. 
'크리스'는 우연과 운으로 상류 사회에 일사천리로 발을 들여놓고, 물속의 기름처럼 따로 놀던 태생적 문제들도 섞어버릴 수 있었다.
몸과 습관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신분에 적응하지만, 진정 따로 노는 것은 감정이었다.
사랑과 욕망의 길이 완전히 반대 방향을 향할 때는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선택' 이라는 것이다.

배우들은 몹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이전까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조나단 리스 메이어스'라는 배우도 불안에 떠는 '크리스'를 만족럽게 그려 냈다. 
한 순간에 희비극으로 엇갈리는 기막힌 매치포인트의 순간들.. 
<매치포인트>는 노장의 바래지 않은 유머와 비극적인 스토리를 엮는 매우 적절한 제목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우디앨런영화".

"우디앨런 영화"라는 관용어구는 "웨스크레이븐 영화"처럼 "장르"에 관한 것이 아니다. 

"데이빗 린치 영화"처럼 어떠한 장르와 스토리로 표현 되더라도 어딘가 모르게 일관되게 스며있어 티가 나고야 마는 "그 감독만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하나의 작품씩 따로 말하기 보다는 전작들과 함께 꿰어 비교하며 훑는 것이 거의 관습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매치포인트>의 몇 가지 요소가 전작들과의 연결을 어느 정도 차단해 주고 있어서, 사랑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만 집중할 수도 있고, 이 때문에 확실히 좀 더 대중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사실, 러닝타임이 많이 지날때 까지도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다'는 감상이 지배적이지만, 기가 막힌 그 결말에 이르면, 우디 앨런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또 하나,  <매치포인트>를 관통하는 텍스트로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쓰이고 있다. 
우디 앨런이 영화의 흐름을 돕는 문학이나 작가를 영화 속에 인용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아예 초반부터 <죄와 벌>을 읽는 '크리스'를 클로즈 업 한다. 
그리고, 크리스가 '라스콜리니코프'의 길을 따라가는 듯하다가 따라가지 않을때 관객들은 더욱 극적인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게 모두 감독의 계획된 노련함이 아닌가 싶다. 
크리스에 대한 동정심을 바탕에 깔고, 여자들에겐 억울함과 허탈함을, 남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킬 만한 스토리다. 

뉴욕에서 런던으로, 재즈에서 오페라로. 

이 영화속에서 크리스가 괴로워할 때마다 웅장하게 깔리는 비극적인 오페라는 크리스의 괴로움을 증폭시켜 전달하는 장치이며, 수준 높은 상류사회의 문턱에 걸려있는 그를 달래는 듯 비웃는 감독의 테크닉이다.  
런던 또한 상류사회의 일상을 그리기에 자연스러운 배경이다. 감독 자신은 단지 제작비와 제작의 자유로움 때문에 무대를 런던으로 옮겼다고 했지만 말이다. 

<매치포인트>에 우디 앨런이 배우로 출연하지 않은 것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 대한 미덕이다. 
직접 쓴 멋진 시나리오에 자신을 직접 출연시키고는 어울리든 아니든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주로 로맨스로) 엮은 다음, 직접 쓴 유려한 대사들을 스스로 내뱉는 것으로 권위있는 창조자의 특권을 누렸던 우디 앨런.  (과거형으로 쓰는 것이 좀 꺼림칙한 것은.. 바로 다음 작품에라도 떠오르는 샛별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노인의 연기를 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체할 만한 남자 배우를 발굴해 주인공 자리에 앉히는 것으로 타협을 하고, 우디 앨런 자신은 <매치포인트>에서 감독으로서의 역량만 듬뿍 보여주어 다행스럽고 반갑다. 
카메라 뒷편의 그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 완벽히 기발한 시나리오, 재치, 진지함 속으로 완전히 숨겨버릴 수 없었던 블랙유머. 이것이, 한낱 시시한 불륜치정 드라마를 반전의 스릴러로 바꿔버린 감독의 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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