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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로 처음 나왔던 <자토이치>는 1962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고, 산타로가츠라는 국민적인 스타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사극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도 역시 마사지로 생계를 이어나가던 방랑자인 자토이치가 우연히 게이샤 자매를 만나서 그들의 원수를 갚는다는 단순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사극을 넘어서는 힘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바로 감독으로서의 기타노 다케시의 미학적인 스타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흉폭한 남자 다케시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불을 내뿜는 총 대신 칼을 선택하고, 야쿠자의 낭만적인 선글라스 대신 자신의 눈을 스스로 감춘다. 
더군다나 시대극이 가진 전형적인 성질을 파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일 만큼 자신의 머리칼을 금발로 염색했다.
"평범함"이라는 단어와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인 기타노 다케시는 기존의 이야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영화적 스타일을 포스트 사극 안에 이식시켜 두었다.
화면 위를 끈적끈적하게 수놓는 피의 향연이 오감에 전율을 일으키고, 피의 강렬함을 완화시키는 웃음이 긴장감을 해소한다.

그러나 <자토이치>는 너무 과할 만큼 일본의 향수를 영상 안에 집어넣었다. 그들의 문화를 상품화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주석을 달면서 요란하다 싶을 정도의 잔치를 벌인다.
가토 다이의 도박 영화인 <붉은 모란>이나 구로자와 아키라의 <요짐보>등이 떠오르는 기분을 피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자토이치>는 일본을 알리기 위한 관광상품세트의 느낌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두개의 일본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킬빌>이 서양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의 무사도라면, <자토이치>는 서양인을 위한 일본인의 서비스 정신이라고나 할까.
그 어디에서도 일본의 참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볼리우드 영화 같은 마지막 씬, 나막신을 신고 추는 신나는 탭댄스 공연마저 온전히 즐길 수가 없다. 물론, 오락영화로서의 <자토이치>는 거의 최고봉이라고 자신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사랑해마지 않는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가 나오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사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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