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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스 게이트 The Ninth Gate, 1999
감독 : 로만 폴란스키
촬영 : 다리우스 콘지
배우 : 조니 뎁, 레나 올린, 엠마누엘 세이너

악마가 뉴욕, 파리, 톨레드로 비즈니스 관광 여행을 떠나다

별로 조심성 없는 책방 주인이 그에 못지 않게 면밀하지 못한 서적 수집가의 의뢰를 받아 "어둠의 왕국으로 통하는 9개의 문"이라는 아름다운 고 서적의 원본을 찾아 넓은, 그리고 위험한 세상을 누비게 된다. 그 책의 작가는 수다스런 혀에 날카로운 펜 그리고 두 갈래로 갈라진 멋진 꼬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악마라고 해서 전부 꼬리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열리든지 닫히든지 해야 할 9번째 문

이 불확실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뒤죽박죽 떠오르는 것들 중에서 특별히 제목을 대자면 <레이더스>, <장미의 이름>, <엔젤 하트> 그리고 마지막에는 <땡땡 Tintin>이 생각나는데, 지리적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악마적인 이야기들을 풀어가다가 차츰차츰 윤곽이 잡힌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여오하는 에르제(만화 <Tintin> 시리즈의 작가)가 가지고 있었던 시나리오상의 면밀함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런 죽음에서부터 어안이 벙벙해지는 의외의 사건들까지, 수수께끼와 마술 같은 미로로 가득한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모험극을 보는 듯 낯설고 어리둥절한 갖가지 극적 반전에 그저 조용히 몸을 내맡기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기초적인 판타스틱 요소(다리우스 콘지의 촬영은 감탄할 만하다)가 별로 순수하지 못한 반어법 때문에 효과가 경감되고 있다. 정열적인 인디애나 존스와 정반대인 왜소한 인텔리 역의 조니 뎁은 너무나 말쑥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마치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거부하는 폴란스키 감독이 이런 장르에 발을 들여놓기를 어쩐지 꺼려하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좇다보니 이 보기 좋은 구경거리도 한물 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엠마누엘 세이너가 맡은 역할도 재미는 있지만 시나리오상의 어릿광대 역할이 지나쳐 보인다. 얼버무리기가 지나쳐서 도저히 정직해보이지 않는 영화의 결론처럼 말이다.

"9개의 문"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의 원작인 "클럽 뒤마"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재판사건을 두 가지 섞어놓았다. 두 번째 것이 바로 9개의 문에 대한 책을 둘러싼 사건이다.
악마의 세계에 대한 입문서인 이 책을 출판한 17세기의 베네치아인, 아리스티드 토르치아는 악마적 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화형당하고 말았다. 전 세계에 단 3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이 저술 안에는 악마 루시퍼가 썼다는 고전적 흑서에서 발췌한 9개의 (각각 중세의 문이 그려진) 판화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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