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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소동이 한바탕 지나가면 노래가 흘러나온다. "때로는 지난날의 이야기를 해볼까. 항상 모이던 옛 친구의 그 가게. 마지막 남은 사진을 봐. 수염투성이의 남자는 바로 너야. 지금도 똑같이 못다꾼 꿈을 그리며 계속 달리겠지. 어딘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붉은 돼지>. 어느새 할아버지가 돼버린 감독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섯 번째 장편 작품이다. 휴양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다.

<붉은 돼지>는 전쟁의 잔혹함을 잊지 위해 돼지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무인도의 조용한 해변, 돼지의 얼굴을 한 남자가 낮잠을 즐기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즐겁고 명랑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이어간다.


하늘의 해적에게 잡힌 아이들도 구김살이 하나도 없고 현상금을 찾아다니는 포르코를 적대시하는 해적 연합도 무기를 들고 몰려 다니지만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고 바보스럽기만 하다. 이들에게는 돈은 없지만 파일럿의 긍지와 마음껏 날 수 있는 푸른 하늘과 전쟁의 상처를 공유한 아드리드 해의 연인 "지나"가 있다.


1차 대전이 끝난 192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피곤에 찌든 남자 캐릭터도 하나도 없으며,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존재하는 이 작품은 끊임없이 "저기 가 보고 싶다"는 욕망만을 불러 일으킨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감독과 제작자가 그들의 각오를 쓴 글이 있는데, "이제는 지쳐서 뇌세포가 두부가 된 중년 남성"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고 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꿀 만한 유토피아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행정시대"를 바탕으로 하는 이 <붉은 돼지>는 모든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비행장면을 넣는 감독의 열망이 아주 노골적으로 표출된 작품이다. (<나우시카>에서는 행글라이더가 나오고,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고양이 버스를 타고 하늘을 난다)

<붉은 돼지>의 경우 비행기에 미친 사람들이 주인공인 만큼 모든 장면에 비행 신이 등장한다. 또 이 영화는 서사가 강한 <원령공주>보다는 감독의 초기작인 <미래소년 코난>처럼 만화적인 유머가 더 강하다.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로맨틱함도 이 작품의 특징이자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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