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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화두는 결혼과 이혼이다. 사랑해서 결혼했던 아내는 몇 달이 지난 후 이혼 전문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이혼 서류를 내민다. 어리버리한 백만장자들은 엄청난 위자료를 주고 나서 파산하고 만다. 미국에서 결혼은 신분상승의 엘리베이터이고, 이혼은 로또 당첨에 맞먹는 인생 역전인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죠. 로맨스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요." 라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  매시(조지 클루니 분)의 대사처럼 이 영화는 결혼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돈 거래가 되어 버린 결혼이야말로 "견디기 힘들도록 잔인한" 자본주의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 할 수도 있겠다.

 
"코엔형제 스타일"이라는 게 있을 정도다. 한 번의 실수가 직선적인 이야기를 예측 불허로 꼬아버리고, 인물들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려고 여러가지 수를 써 보지만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이어진다.

한 판 소동을 겪은 후에 주인공과 관객들은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심오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치고 코미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여기에다 촌철살인의 풍자까지 더해져서 영화가 가진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장르의 규칙을 샅샅이 꿰뚫고 있는 코엔 형제의 영화는 늘 거의 완벽했다. 만일 이런 이유 때문에 코엔형제의 영화들을 숭배해 온 팬들이라면 이 <참을 수 없는 사랑>은 꽤 실망스러울 수 있다.

시나리오를 8년 동안 준비했다고 하는데, 독창적이긴 하지만 와우!하는 소리가 나올 만큼 놀랍지는 않다. 극이 진행되면서 코엔형제는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에게 영화의 진짜 주인 자리를 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코엔 형제는 나름 심각한 이 주제를 상당히 유쾌하고 짜릿하게 풀어낸다. 이혼 과정 속에 숨어 있는 말도 안 되는 행태를 코미디적인 요소로 둔갑시키고, 돈에 눈이 먼 변호사들의 뻔뻔한 행동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노력의 결과물이 눈부신 전작들에 비해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이다. 감칠맛 나는 대사의 공백은 조지 클루니의 개인기와 미모로 메워지고, 스크루볼 코미디와 누아르를 오가는 과정은 썩 매끄럽지 못하다.

미모라면 가히 세계 최고인 두 주연배우,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존스가 키스를 함으로써 감동까지 안겨주려는 순간이 오히려 삐걱대던 나사가 튕겨져 나오는 느낌을 줘 버린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최고다. 아름답다 못해서 정말로 눈이 부실 지경인 캐서린 제타 존스의 팜므 파탈 연기는 완벽할 정도로 소화되었다.
코엔 형제의 걸작 중 하나인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에서 완전히 내려놓고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던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에서도 또 한번 우아하게 망가진다.
배우들 덕분에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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