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길상사는 너무나 푸르르고 아름답다.
여름 뿐 아니라 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 계절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은 당연하다.
길상사까지 걸어오는 오르막길을 땀을 약간 흘리며 걷다가도, 길상사에 들어서는 순간 우거진 숲과 그 사이를 다니는 바람과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시원하고 가슴이 탁 틔게 된다.
길상사라는 이름의 절은 전국에 많다. 서울에만 해도 성북동의 이 길상사 이외에도 관악구와 서대문구에도 같은 이름의 절이 있다. 하지만 단연코 성북동의 이 길상사가 가장 유명한 것은 그 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에 세워진 절이니까 역사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이렇게 유명한 절이 된 것은 오히려 그 짧은 역사 때문인지도 모른다.
즉, 이 아름다운 길상사는 처음부터 사찰로 창건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이 곳은 '대원각'이라는 이름의 최고급 '요정'이었다. 정치인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술 마시며 흥청망청 댔던 그런 술집 말이다.
그랬던 곳이 갑자기 너무나 아름답고 경건한 사찰로 탈바꿈 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런 설립 이력 때문에 더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기생이었던 '김영한'이 성북동 기슭에 요정을 차리고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시인 '백석'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내내 그리워하면서 홀로 외롭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바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아서 1987년에 법정스님께 대원각 전체를 시주하면서 절을 세워달라고 간청을 했다. 이 터의 크기만 해도 7천평에 이르고 건물만 해도 40여채로 이루어져 있던 곳이었다.
정말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법정스님의 말씀과 글에 인생을 바꿀 만한 감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나 역시 너무나 어려웠던 시기에 법정스님의 말씀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재산을 아무런 댓가 없이 선뜻 내 놓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당시 시가로도 1천억이 넘었다.
법정스님은 처음에는 이 간청을 사양하셨다. 하지만 계속되는 간정한 요청을 1995년에 수락하셨고,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하여 이 길상사를 세웠다.
물론 너무나 큰 시주를 받은 것을 두고 불교 내부에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법정스님은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거절하셨음에도 그녀의 뜻을 굽히지 않은 노력과 간청이 이어졌고, 결국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비난이나 논란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참선 공간인 "침묵의 집"이다. 누구나 들어가 망중한을 느끼면서 참선할 수 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무척 독특한 관세음보살상이다.
내 인생의 등불 역할을 해 주셨던 법정스님이 입적하신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스님의 뜻과 생각만큼은 여전히 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길상사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잠시 쉴 수 있는 곳으로 존재하고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숨막히는 서울속에 이 곳이 있음이 언제나 고맙다.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푸름과 고요가 주는 여유로움을 속속들이 느끼는 곳.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그다지 편리하지는 않다. 하지만, 길상사를 찾아 걸어 올라가는 그 성북동 길이 한적하고 아름다워서 행복하게 걸을 수 있다.
성북동은 서울에서 부자동네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 동네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흔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으리으리한 집들을 구경하면서 조용하게 걷는 그 길 자체가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역에 내려서 마을버스를 탈 수 있다.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서 마을버스 "성북02"번을 타면 길상사의 바로 앞까지 간다. 하지만 시간을 넉넉히 잡고 한성대 입구 역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도보로 30분은 족히 걸리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걸을 가치가 충분한 길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있으니, 짧은 시간 동안 만이라도 모든 관계에서 살짝 떨어져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많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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