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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망타진 (Coogan's Bluff)>

1968 | 93min | 미국 | 35mm | Color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배우 치고는 잘 만든다'라는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 수식어 자체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배우로도, 감독으로도 훌륭한 인물을 딱 하나 꼽으라면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일 것이다.  

같은 보안관, 총잡이라 하더라도 '돈 시겔(Don Siegel)' 감독 스타일로 그려지는 배우 이스트우드는 '세르지오 레오네'와 함께 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더티해리> 시리즈로 연결되는 시작점이 되는 이 첫 작품에서, 자존심 강한 보안관 '쿠건'은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거친 행동과 여자들을 무지막지하게 집어던질 정도의 박력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렇게 잘 생겼었나 싶기도 했다.
돈 시겔의 B급 영화는 내 나름대로 정립해온 B급 영화의 감성이 아니다. 
<킬러 The Killers, 1964>같은 작품이 B급의 느낌을 확 풍긴다고 볼 때, 이 영화 <일망타진>은 아주 경제적으로 잘 만든, 예산도 꽤 많이 들인 듯한 액션 대작의 느낌이 크다.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 봐도 꽤 흡족한 오토바이 추격씬은 물론이고 내러티브의 치밀함부터 상당히 놀랍다.
돈 시겔은 각 영화마다 기념비적인 명장면 하나씩을 꼭 넣으려고 했다는데, 이 작품에서의 마지막 오토바이 추격씬이 그것이었다. 안전하게 추격신을 찍기에 알맞게 정확히 세팅해 둔 사람 하나 없는 텅빈 공원이 지금 기준으론 우습겠지만, 느껴지는 속도감은 시대가 무색하도록 아주 멋지다.

 
 
 
 
<돌파구 (Charley Varrick)>

1973 | 111min | 미국 | 35mm | Color
자동차와 비행기의 추격신. 70년대에 어떻게 이런 시도까지 했는지 놀랍다. 돈 시겔은 대단한 감독이다. 
이래서 B급 영화라고 하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털이 장면과 자동차 폭파 등 지금으로 따지면 007 시리즈 급이다.
주연을 맡은 '월터 매튜'라는 배우는 생소한데, 잘생기긴 커녕 범죄 스릴러물의 주인공 다운 재빠름 조차 느껴지지 않는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본드 같은 인물을 연기한다. 
<약탈자들 The Looters>이라는 소설이 이 영화의 원작인데, 치밀한 시나리오와 잘 찍은 범죄 신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다.
돈시겔 감독은 영화 찍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태생이 B급영화이다 보니 적은 예산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대규모 장면을 만들어내야 했고, 그렇게 하다보니 점점 경제적인 촬영 방식을 터득해갔을 것이다.

 
 
<마지막 총잡이 (The Shootist)>
 
 

1976 | 100min | 미국 | 35mm | Color

정말 의미있는 작품이다.
한 세기가 시작되는 1901년을 시대 배경으로 하면서, 서부시대 전설의 총잡이의 죽음을 통해 한 시대의 '종말'을 그린다는 것이 함께 배치되면서 묘한 허무함을 선사한다.
이 작품 <마지막 총잡이 The Shootist, 1976>는 무엇보다 '존 웨인'의 유작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서부영화를 대표하던 그가 늙은 육체로 출연해서 직접 서부영화의 역사를 정리한다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 절절한가.
서른 명인가를 죽이고 악명이 자자하던 전설의 총잡이 '북스'가 위암을 선고받고 조용한 시골 여관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자 하나 그의 소식에 악당들이 몰려오는 그런 얘기다.

그러면서 여관 주인 아줌마와 그 아들과의 관계에서 감동도 주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존 웨인은 정말 건강이 좋지 않았고, 결국 3년 후 북스처럼 암으로 사망했다.
'로렌 바콜'과의 멜로 라인이 충분히 그려질 만한 스토리인데도 마차를 함께 타고 데이트하는 딱 한장면 뿐이라니... 오직 남성미 물씬 풍기는 영화 밖에는 할 줄 모르는 장인이다.
신파로 가는 것을 제어하기 위한 아주 담백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로렌 바콜의 아들역으로 꽤 비중있는 연기를 하는 소년은 바로 '론 하워드'였다!
오프닝에서 '론 하워드'라는 이름이 나올 때 '론 하워드 감독과 이름이 같군' 했는데, 갈수록 얼굴이 비슷해 보여서 영화 내내 긴가민가 했다.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죽은 북스의 얼굴을 코트로 덮어주고 울먹이는 정면을 보니 거의 확실했고, 확인해보니 론 하워드 감독이 맞았다.
론 하워드 감독이 배우 출신 훌륭한 감독이군! 전혀 몰랐다.
찾아보니 조지루카스의 <아메리칸 그래피티(American Graffiti)>의 주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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