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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만들어진 아사노 타다노부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 작품을 드디어 직접 목도했다!
카메라 뒤에 감독으로 서 있는 아사노의 존재를 잘 느낄 수 있다.
이 불가해한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동안, 무엇보다 아사노의 시선과 같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새, 칼, 그래피티, 만담, 춤.. 이 다섯가지가 하나 하나 감각으로 느끼기 바쁘게 연속된다.

 

이 전체를 보면 아사노는 ‘아름다움’을 모두 모아 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새가 활공하는 강렬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가 시작될 때는 ‘계속 이런 것만 보여주면 어쩌지...’하는 생각이었는데, 다양한 요소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모두 아름답구나’로 수렴해갔다.

콘트라스트가 엄청나게 강한 숲을 배경으로 거의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두 남녀가 긴 칼을 소재로 무언극을 펼친다. 
이해해 볼 엄두 조차 내지 않는 것이 감독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
아사노도 죽은 모습으로 잠깐 등장한다.

세번째는 그래피티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뮤직비디오처럼 강렬하게 구성했다. 그들의 경지에 이른 그래피티 스킬도 아름답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감각적인 편집과 사운드가 아사노가 뮤지션임을 일깨웠다.

이어서, 두 노인의 만담 무대가 펼쳐진다.
약 20분 동안 계속되는 이 만담쇼를 고정된 카메라로 단순히 비춘다.
말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느껴지는데 그렇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말이 끝나고 나면 그 두 노인이 창밖을 말없이 응시하는 장면이 흑백으로 몇초 보인 후 멈춘다. 소리와 침묵의 대비가 극명하다.

할아버지들의 만담중에는 이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생각할수록 잘 만든 대사다.

할아버지1 : 건강은 정말 소중해.
할아버지2 : 그럼 그럼. 목숨보다 소중하지.

아름다움의 절정은 마지막, 남자 무용수의 춤사위다.
노을진 해변에서 빛을 등진 몸의 움직임. 
남자 무용수의 몸짓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 마디로 몽롱한 영화다.
만담때 잠깐 깨어났다가 다시 꿈속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dreamy의 결정체다.
아사노의 이 이상하고 오묘한 정신세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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