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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 이상의 탁월한 작품이었다.
이 배역에 아사노 타다노부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빼어난 아름다움 뒤에 섬뜩한 무언가를 감춘 듯한 얼굴이 감독의 꿈을 확실하게 실현시켜 주었다.
파멸임을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1950년대 일본의 진정한 옴므파탈!
첫 등장 부터 강렬하다.
기차가 다가오는 철길에 검정 버버리 코트 차림으로 가로로 누워서 등장한다. 중절모 아래의 그 날카로운 살얼음 같은 눈빛, 정말 멋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일본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토미코'라는 버스 여차장과 살인마일지도 모르는 운전사 '니이타카'의 이야기로, 토미코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토미코는 얼마 전 약혼을 앞두고 사고로 죽은 친구(역시 버스 차장 일을 하던)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충격적인 소문을 듣는다.  여차장들을 겁탈하고 죽이는 운전사가 있다는 소문이 여차장들 사이에서 떠도는데, 죽은 친구의 사진속에 있던 약혼자 남자가 그 사람인 것 같다는 얘기다.
그리고 얼마 후 토미코의 회사에 그 남자 ‘니이타카’가 새로 온다. 섬뜩하다.
운수회사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뒤에서 강렬한 빛을 받아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로 니이카타가 등장하는 장면은 최고의 긴장감을 준다. 

자신이 그의 타겟이 되었음을 느낀 토미코는 자신은 절대 죽지않고 살아서 그의 정체를 밝히고 친구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니이타카의 치명적인 매력에 불나방처럼 빠져드는 자신을 멈추지 못한다.
(그 둘이 동거하는 집에 실제로 나방 두마리가 의미있는 설명용으로 떡하니 나온다)
니이타카가 정말 살인마인지 아닌지는 확실해지지 않는다. 영화 전체에 차분한 여백이 가득한 것처럼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어느 쪽으로도 마음이 기울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황상 그는 살인마가 아닌 것도 같다. 기차와 충돌한 후 죽어가면서도 토미코에게 괜찮냐고 묻는다. 그런데 죽은 친구의 편지에서는 그가 가명을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출신을 얘기하지 않고 여기저기 나타난다.

이 모든 이야기가 뿌옇게 흐린 낡은 흑백 화면으로 보여진다. 정말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이다. 
버스 속 승객들을 바깥에서 바라볼 때에는 환상과 꿈을 오가던 우디 앨런의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의 기차 장면과 거의 같은 느낌이다.
1997년도 작품이니까 일부러 이렇 이미지로 찍은 것인데, 이렇게 빠져들게 되는걸 보면 역시 꿈은 흑백인게 확실하다.

토미코의 이중적인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지만 아사노의 무게감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 모험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그의 매력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죽은 친구가 편지에서 말한 것도 “살인마로부터 나를 구해줘”가 아닌 “내가 죽더라도 나를 기억해줘”였고, 토미코도 결국 자신의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렇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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