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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식남녀>가 남겨주는 생각은 영화 속 아버지의 말마따나, "인생은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해서 시작할 수 있는 요리와는 다르고, 사람마다 그 인생이 제각각이며 어찌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늙은 홀아비 요리사의 세 딸 중 맏이와 막내는 별안간 결혼을 선언하고 집을 떠난다. 그들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고 원치도 않았었다. 막내딸은 임신을 하는 바람에 결혼을 하기로 했고, 첫째 딸은 ‘남자가 재촉해서’ 결혼식을 해버렸다고 한다. 그런 계기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아버지를 떠나고 싶어 했고, 아버지의 집도 떠나고 싶어했던 딸은 둘째 딸이다. 그래서 실제로 모든 돈을 털어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해외 지사로 부임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서의 승진에 애를 쓰는 등의 노력을 했고, 가능성도 높았던 둘째 딸이건만 그 딸이 오히려 아버지의 곁에 남게 된다.  역시 그렇게 될 줄은 몰랐고 원했던 일도 아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먼저 아주 놀라운 이유로 그 집을 떠나고 나서도 둘째 딸은 남는다. 
요즘은 어떻게 사는지 문득 궁금한 배우 '오천련'의 변화가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한 것이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가 개봉한지 수 십년이 훌쩍 넘었다. 어제 다시 보기 전까지 기억하고 있던 것은 모두 ‘시각’에 의한 것으로 단순했다. 배가 고플 때에 이 영화를 관람했다가는 오장육부를 자극해대는 화려한 중국음식의 향연이 오프닝 영상부터 쏟아지는 통에 힘겨워 질 테다. 
오프닝 이후에는 이렇게 저렇게 딸들이 연애하는 코미디로 흘러갔던 것 같은데 잘 기억 안 나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던 기억, 이것 뿐이었다고 할 정도로 섭식 위주의 영화였다. 

십 여년 후에 다시 보는 이 영화는, 감정이입이 되는 인물부터 달라져 버렸으니 더욱 설레고 두렵기까지 한 것이, 역시 세월은 감정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똑같은 이미지에서도 다른 면을 보게한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앙리(Ang Lee)'라는 이름이 입에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세계적인 거장이 된 감독의 초기 ‘아버지 3부작’ 중 하나인 <음식남녀>에서는, 완고한 외형을 한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를 가장 벗어나고 싶어했던 둘째 딸에게서 관객은 그 아버지의 모습을 보거나, 서로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원망하는 것은 딱 그 만큼의 구심력 때문임을 알게 된다. 
세 딸을 홀로 키우느라 고생했을 홀 아버지, 혀가 무뎌져 간을 놓치거나 재료를 빠트리는 등 퇴색해가는 요리사, 세탁기에서 딸 아이들의 엉킨 스타킹과 브래지어를 꺼내는 여전한 그 손. 

딸들은 그저 형식적으로 참석할 뿐인 가족 식사에 하나씩 맛보기도 힘들 만큼의 온갖 진미를 차려내는 모습.
아... 부모라는 존재가 갖는 이유 모를 쓸쓸함이란 가히 만국공통인 것이다. 음식을 차리는 과정에 시공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아버지의 그 요리들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아끼는 연출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요리를 통해 사랑을 말하는 아버지에게 맛있게 먹어주는 것 정도도 하지 않는 딸들을 꾸짖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면 그 불편함이 바로 나를 향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는 둘째 딸의 애증을 나는 이해하고, 다행히 둘의 화해와 교감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았음을 영화는 알려준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배우 '오천련'.
이렇게, 평범하거나 어쩌면 좀 못하기까지 한 눈, 코, 입이 모여 이렇게 예쁜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예전부터 신기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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