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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해도 나름 책 좀 읽는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쬐끔 있었는데, 어느덧 문득 책을 손에서 놓은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한정된 시간을 투자하게 된 다른 요소들이 그새 엄청 많이 생긴거지 뭐.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든 이유 중에 좋은 이유도 있는데, 바로 운동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이게 유일.ㅎ

어느 날, 운동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면 일석이조로 편리하겠다는...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평범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게 처음 오디오북을 고려해보게 된 계기다.

 

어떤 오디오북 서비스들이 있는지 잘 몰랐고, 그 모든 오디오북의 장단점을 따지는 데에 시간을 엄청나게 투자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광고에서 들어봤던 윌라 오디오북과 밀리의 서재만 비교해 보고 둘 중 하나를 이용해보자고 결론내렸다.

 

윌라 오디오북 vs 밀리의 서재 둘 중에서 윌라 오디오북을 골랐던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보유한 책 수가 더 많았던 것. 아주 단순한 이유이면서 가장 명확한 이유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명확하다. (윌라 오디오북 뿐 아니라 모든 오디오북 서비스)

다른 '짓'을 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딱 그 것 뿐이면서, 그게 아주 큰 장점이긴 하다.

 

책의 내용을 파악 한다는 건, 집중을 필수로 동반하기 때문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하면서 듣기는 힘들고, 운동이나 청소, 설거지 등등 온갖 잡일을 할 때, 또는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안에 '서 있을' 때, 이 때에는 편리하다.

(대중교통 안에 '앉아 있을' 때는, 자동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되므로, 오디오북을 귀에 꽂고 있더라도 책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될 뿐.)

 

11개월 정도 이용한 후 지금, 결국은 윌라오디오북을 해지했다.

위에서 말한 이 단순하고도 명확한 장점을 뒤로하고, 결국은 윌라 오디오북을 해지하게 된 결정적인 단점들이 있어서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오디오북의 단점을 써 보려고 한다. 당연한 소리인데,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니까 알아서 판단하시면 되고, 나와 비슷한 성향인 분들께만 도움이 되면 족하다.

 

자, 윌라오디오북 내돈내산 인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윌라 오디오북이 내세우고 홍보하는 장점들이 있다.

그 중에서, 다른 오디오북 서비스들과의 차별점으로 좀 더 강력하게 홍보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오디오북을 전문 성우의 목소리와 음향 효과로 생생하게 즐겨보세요"

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게 큰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이게 바로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하다.

단순히 "전문 성우의 목소리" 자체가 단점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게는 이게 왜 큰 단점으로 작용했을까?

 

바로, 이 성우들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글자만을 읽고 있는 티가 너무 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유를 빗대자면 마치 "아버지가 / 방에 / 들어가신다"라고 읽어야 하는 것을, "아버지 / 가방에 / 들어가신다"뭐 이런 식으로 읽는 문장이 상당히 많았다는 거다.

 

내가 윌라 오디오북에서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라서, 내가 읽었던 책들 10권 정도만으로 판단하건대..원서를 번역한 책 등.. 주로 좀 어려운 내용의 책에는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졌다.

성우가 방금 읽은 이 문장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운동을 하다가도 멈춰서서 앞으로 좀 돌려서 다시 파악해야 하는 일이 잦았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기록해 놓았으면 더 전달이 잘 될텐데 그러질 못한 게 아쉽다.

우리말로 '억양이나 강세', 영어로는 '인토네이션'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 것이 엉망이었다.

그럴 거면 굳이 성우를 쓴다는 것이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는지, 그냥 텍스트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AI 서비스와 다를 게 뭔지.

오디오북의 바람직한 예시로 아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자주 듣는 유튜브 시사 방송 중에서, 번외로 가끔 책을 읽어주는 코너도 진행하던 분이 있다. 이 분은 지식도 깊고 논리적이고 말도 조리있는 분인데, 그 분이 선정하는 책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본인이 이미 직접 읽어 본 것들이다.

그래서 해당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들에서 중요한 단어의 강약 조절을 하고, 적절히 띄어 읽는 등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구사한다.

 

가끔, "아버지 / 가방에 / 들어가신다"는 식으로 읽었을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가 납득이 안 되는 문장임을 단번에 깨닫고, 다시 읽기도 한다. (이게 바로 내용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는 증거다)

이렇게 해야, 그 책의 내용이 독자(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거다.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한자어들도, 이 한자는 무슨 무슨 한자라는 것을, 필요할 때는 부연설명도 한다.

또, 책에 도표나 그래프, 그림 등이 등장할 때, 그걸 말로 설명해주는 능력까지 있다.

 

위에서 말한 오디오북의 단점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 이 성우들의 영혼 없는 글자 읽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힘든 그 문제 뿐만 아니라, 옛날 외화 더빙하는 것 같은 그 발성이 '오글거림'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바로 나 처럼.

내가 읽었던 어느 책에서는, 등장하는 인물이 여러명(남자 어른, 소녀 등)이었는데, 그걸 한 명의 성우가 목소리를 최대한 변조해가며 연기를 하는데ㅎㅎㅎ 참 우스우면서, 힘들겠다는 애잔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무리 잘 한다 해도, 목소리를 바꾸는데 1초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책 속의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가 않는거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윌라 오디오북의 결정적인 단점이다.

 

그 외에도 몇가지 단점이 더 있긴 하다.

아무리 책 몇 만 권이 있고, 베스트셀러, 신간도 원하는 대로 읽을 수 있다고 홍보를 한다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수는 그 보다도 훨씬 많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검색해봤던 책들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뭐 이건, 책 수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테니.. 결정적인 단점으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또, 책 속에 중요한 그래프나, 도표, 그림, 통계자료 등이 등장할 때, 윌라 오디오북 성우들은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도록 윌라측과 계약이 되어 있을지도 궁금하다. 그냥 뛰어넘나?

 

뭐, 이미 일부는 그렇게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의 저자가 직접 읽는" 것일테다.

아니면, 처음 녹음한 버전을 적어도 저자가 먼저 듣고 승인이라도 하게 하던가.

 

그것도 어렵다면 적어도, 성우가 한 번은 미리 읽어보고, 책 속에 강세 표시라던가 띄어 읽기 표시라도 해 놓고 녹음을 하면 좋겠다. 물론, 해당 책의 내용을 진짜로 이해한 성우가 그 책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너무 큰 바람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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