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본인과 거의 같은 일정과 코스로 올레길을 걷고자 하시는 분들께 자그마한 날(生)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뭐, "올레길 1, 7코스를 걷자" 라는 대 주제 하나만 가지고 무작정 가서 그때그때 닥치는 문제들을 해결했으므로
과연 얼마나 유용한 정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정 :
목요일 밤에 제주도 도착 → 금요일 하루종일 1코스 주파 → 토요일 하루종일 7코스 주파 → 토요일 밤에 바로 공항으로 가서 서울행.
일정을 이렇게 잡은 이유는 순전히 비행기 티켓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항공 요금(제주항공)이, 목요일 오후와 금요일 오전이 두배 차이가 났습니다.
서울행 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도 그러했습니다.


코스 :
제주도 전체를 시계로 간주하고,
3시 위치에 있는 1코스와 6시 위치에 있는 7코스를 완주하기로 했습니다.


숙소 :
목요일 밤, 금요일 밤 2박 예정.
1코스의 모양을 대충 보니 동그랗게 돌아와서 출발점 근처로 다시 오게 되어 있기에, 숙소의 위치를 출발점과 종착점 사이 정도로 대충 잡았습니다. 금요일 하루라도 짐을 숙소에 두고 가볍게 다니기 위함이지요.
그렇게 정한 숙소의 위치가 일출봉 앞의 마을인 '성산'입니다. 버스 정류장으로는 '성산읍사무소'입니다.



목요일 저녁.

저녁 6시쯤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약 3~4천원 거리의 시외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거기서 동부행 '일주버스'를 타고 1시간 25분을 달려 '성산'으로 갔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12시 방향의 제주공항에서 고작(?) 3시 방향의 성산까지 가는데 1시간25분이라니. 역시 제주도는 매우 넓어요.
'일주버스'는 말 그대로 제주도의 외곽을 삥 도는 버스입니다. 동부행과 서부행이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도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주버스는 거리에 따라 비싸지는데, 기본이 천원이고 성산까지는 4천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산읍사무소' 앞에 내리기 약 5분 전에, 올레길 1코스의 시작점을 지나치게 됩니다.
그 때 버스 기사님께서 여기가 시작점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제주에 네번째 가는 동안 이제껏 만난  택시 기사님, 버스 기사님,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모두 반은 여행 가이드 실력이셨어요.
버스 기사님 옆쪽의 맨 앞자리에 앉았더니, 가는 내내 관광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어르신!

올레길 1코스의 시작점과  종착점이 거리상 가깝기 때문에 그 중간 위치인 '성산'의 모텔에 묵었습니다. 일출봉 바로 앞 동네죠.
짐을 두고 다닐 수 있게 이틀 동안의 숙소를 같은 곳으로 잡기로 했던 것입니다.
일주버스도 양방향으로 다니기 때문에 어딜 가기도 쉬운 위치입니다.
하루 3만원인 모텔에 5천원을 깎아서 이틀을 묵기로 했습니다. (알고보니 2년전 자전거 일주할 때 묵었던 곳이었음. 특별히 좋거나 싸거나 한 인상적인 모텔은 아닌데 공교롭게 그렇게 된 것일 뿐.)



금요일 아침.

짐을 다 꺼내놓고 가벼운 배낭만 하나 달랑 메고 출발.
어제 지나쳐 온 그 1코스 시작점으로 다시 같은 버스를 타고(다만 반대방향) 잠시 가서 내립니다.
그 위치는 "성산읍 시흥리"이며, 버스정류장은 아마도 '시흥초등학교'일텐데
버스 방송이 '올레길 몇코스 입구'라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전 10시쯤에 드디어 1코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올레길 1코스의 특징은 '오름'들을 지난다는 것입니다.
가까이 가면 말똥이 널브러져 있지만 50m 앞 시야는 내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일출봉 앞을 지나서 '광치기해변'에 도착하면 1코스가 끝나는 것입니다. 광치기 해변의 특징은 '검은모래'죠.

다른 코스들과는 달리 올레 1코스는 시작점부터 종착점까지가 약간 동그랗게 돌아 오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원을 그리며 만난다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지도상으로 보기에는 가까워도 시점-종점간 거리가 꽤 됩니다.)
올레 1코스의 소요시간은,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찍으며 적당히 여유롭게 걸어서 6시간 쯤 걸렸습니다.
미친듯이 걸어서 4시간 만에 '완주스탬프'를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은 후 시체처럼 잤습니다.
OO모텔 206호가 마치 내 집 같은 느낌입니다. ;;


토요일 아침.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은 '외돌개'입니다. 거기로 가야 합니다.
제주도를 시계로 볼 때, 일출봉이 있는 성산은 3시 위치이고, 7코스는 6시 위치 입니다.
택시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닙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까 한 3만원 나올거라고 하십니다.ㅋ
역시 어제의 그 버스 정류장에서 똑같은 그 일주버스를 타면 그 근처로 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제주도 외곽을 도는 '일주버스'니까요.

일주버스의 종점인 '서귀'로 갔습니다.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종점이니 마음 놓고 있으면 됩니다. 길 가의 버스정류장이 아닌, 터미널에 내리게 됩니다.
일주버스 종점까지 가는 길에 7코스의 시작점 근처를 지나치게 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월드컵경기장 쯤에 내려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어차피 좀 되돌아 가야 하니까요.

하여간 서귀포행 일주버스의 종점인 터미널에 내리면 이마트가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먹을 수가 있습니다.
터미널 밖으로 나오면 '외돌개'로 가는 버스도 있지만, 택시비 3천원 정도면 되기 때문에 택시를 타는게 낫습니다.
'외돌개' 바로 앞 7코스 시작점까지 딱 데려다 줍니다.
그 시작점은 휴게소처럼 되어 있어서 사람이 북적댑니다. 전국에서 온 관광버스들이 굉장히 많아요.

걷기 시작합니다.
올레길 7코스의 전체적인 특징은, 해안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난이도는 1코스보다는 좀 높지만 올레길 자체가 난이도가 있어봤자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총 소요시간도 코스마다 엇비슷합니다. 느긋하게 걸어서 5시간쯤 걸렸습니다. 중간에 낮잠도 20분씩 두번 잤습니다. ㅋㅋ

7코스의 종점은 '월평포구'였다가, 최근에 '월평마을'로 변경되었습니다.
'월평포구'에 가게도 없고 해서 완주 스탬프를 찍어주기도 그렇고, 대중교통도 편리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변경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7코스를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종점이 변경되었다. 1.3km 더 가라"라는 팻말이 나와서 잠시 좌절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덤으로 붙은 그 1.3km 코스가 참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거의 아마존을 지르는 듯한 몽환적인 숲길을 지나게 되었거든요.

7코스의 완전 마지막 끝은 '송이수퍼'입니다.
거기서도 몇가지 대중 교통들이 있는데, 나는 공항으로 바로 가야 했습니다.
7코스의 종점에서 제주공항까지는 어떻게 갈까요? 공항이 12시 방향에 있으니 거의 완전히 반대편이죠.
8코스의 시작점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따라(7코스와 8코스는 이어짐) 15분쯤 더 걸으면 '약천사'라는 꽤 큰 절이 나옵니다. 그 절 바로 앞 대로변에 공항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2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고, 공항까지 1시간이 걸립니다. 공항리무진 차비는 3900원입니다.



제주도를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여행할 때에는 이렇게 버스와 택시를 적절히 이용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택시비 3천원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버스로 어렵게 가는 사람을 꽤 보았습니다. 물론 버스가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일부러 탄다고 하면 할말 없습니다.
버스를 탔을 때에는 기사 아저씨의 옆 맨 앞자리에 앉으면 런던에서 2층버스 타는 기분이 살짝 납니다. 제주 길들이 교통체증 없고 멋지다 보니까요.
하여간, 제주도는 섬 같은 느낌이 안 들도록 생각보다 무지 크기 때문에(택시 기사님 왈, 서울의 4배라고 함),
"여차하면 택시타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ㅋ

2년 전, 자전거 하이킹으로 일주했던 것이.. 제주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다시 느꼈습니다. 대략 뭐는 어느 방향에 있고, 지도상의 이정도 거리는 도보, 자전거, 버스로 대략 어느 정도 걸리겠다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이제 사진이 나갑니다. 내 로모(LOMO)카메라가 간만에 수고 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가 아무리 뛰어난 들, 눈과 뇌와 심장의 협동에는 비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여행 후기는, 눈으로 한참 바라보면서 그때의 감정을 글로 기록하고 사진은 그냥 덤으로 남기는 것. 이게 가장 크고 가장 긴 여운을 줍니다.



1코스 중의 '오름'들에 올라 보는 풍경


제주 전체에 말을 뿌려 놓았습니다.
나중에 어느집 앞에 있는 소를 봤는데 오히려 신기하고 반가웠죠. ㅋㅋ;;
말이 제주도 인테리어인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쨌거나 말은 참 아름다워요.  우아하고 멋진 동물이에요.
사람을 태우고 다니게 된 운명에 조의를 표합니다. 미안해.

가까이에 리본이 있고 저 멀리에 화살표 말뚝이 있는데, 잘 안보이지만;;
저  파랑+주황색 화살표와 리본이 올레길을 표시해요.
갈래길엔 무조건 표시가 돼있으니 안심하고 걸으면 돼요.


1코스 중간쯤에 지나가게 된 어느 초등학교인데
정말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일부러 이쁘게 만든 학교라고 해요.
암, 애들은 이런데서 유년을 보내야지.

어느 작은 동네 골목이 끝나면서 펼쳐지는 풍경인데
와~ 소리가 스믈스믈 나옵니다.

 

갑자기 호수 같은 것이 펼쳐짐. 실제로는 깜놀하게 됨.
학인지 두루미인지가 뭐를 입에 물고 컴퓨터그래픽처럼 날아오름;;
중간엔 오리인지 거위인지도 둥둥 떠있음.
웬 호수야 하면서 조금 지나가면 가느다랗게 바다와 이어져있어 또한번 놀라게 됨.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광고가 많이 붙은 '올레꿀빵'임.
도저히 궁금하여 맛을 봄.
아래와 같음.

빵은 빵인데 겉에 꿀을 발라서 견과류에 한번 굴렸고, 그래서 좀 딱딱하고
속에는 팥이 들어있음.
그냥 그러함.
일찍 먹어보길 잘했음.



일출봉에 거의 다 왔음.
역시 봐도봐도 아름다움.

일출봉 앞에 있는 작은 컨테이너 매점.
할머니 세분이 운영하시는데 꽤 호객행위 하심;; 덕분에 유자차를 마심.
다섯시간 걸은 후라 쉬려고 앉았는데 그 상황에선 역시 할머니들의 수다는 시끄럽게만 느껴졌음.




여기부턴 7코스 풍경

해안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걷는 길인데
풍경은 역시 아름다움.
다만,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았음. 감흥이 반감됨. 진짜.
물론 나도 그들의 감흥을 반감시킨 것이죠.





제주의 많은 해안도로가 그렇듯이,
흙길을 걷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왼쪽엔 바다 오른쪽엔 산.
이런 생경한 기분을 오래 느낄 수 있음이 가장 좋음.

커다란 파인애플이 땅에 박혀있음.

 

이건, '용과'라는 제주 밖에서는 보기 드문 과일임.
과일과 야채의 반반 느낌이면서, 많이 달지 않으면서, 질감은 복숭아 정도 되고, 즙도 꽤 많으며
중간엔 저런 까만 깨같은 씨가 박혀있는데 입에 걸리진 않으며.
아주머니께 포즈를 부탁드렸고  내내 쌩글 웃으시며 잘 도와주셔서 고마웠음.
저거 하나에 천원.


지나는 길 곳곳에 손 뻗으면 닿는 위치에 한라봉이나 귤이 막 열려있음.
파랗게 덜익은 모습이 예쁨.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