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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어떻게든 간격이 있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간다"던 코엔형제가 웨스턴 장르의 작품을 내 놓았다.
서부극에 마음이 간다는 얘기는 어느 인터뷰에서 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는 1968년 '찰스 포티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리고 1969년에 '존 웨인'이 이미 영화화 했었다. 

<더 브레이브>는 제목처럼 정말 용기와 배짱이 하늘을 찌르는 소녀가 이끄는 독특한 웨스턴 영화이다. 하지만 “용감한 소녀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는 얘기”로 간단히 요약될 수는 없다.
첫 장면부터 아버지를 죽인 사람으로 수없이 언급되는 ‘톰 채니’는 결과적으로 거의 맥거핀이다. <빅 레보스키>의 100만 달러나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의 땅에 묻혀있는 보물처럼 말이다.
관객은 어느 지점까지는 톰 채니와 극적으로 맞닥뜨리기를 관습적으로 바라며 영화를 보게 되지만, 준비없이 얼렁뚱땅 만나버리게 된다. 그 순간, 처음부터 이 원수를 죽이기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티' 역을 맡은 '헤일리 스타인펠드'라는 아역 배우는 어디서 저런 아이를 찾아냈나 싶을 만큼 단연코 시선을 끈다. 믿을 수 없도록 약고 수완 좋고 용감한 이 소녀는 아버지를 죽이고 도망간 톰 채니(조쉬 브롤린)를 찾아 ‘아버지를 죽인 댓가’임을 분명히 전달한 후 죽음을 선사하려 한다. 
그것을 위해 젊었을 때에는 좀 날렸으나 지금은 한물 간 연방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하고, 톰 채니의 현상금을 좇고 있었던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맷 데이먼)'가 합세한다.

각자의 이해관계로 시작된 이 셋의 동행은 표면적으로는 톰 채니를 쫓지만 그 여정이 만들어내는 것은 ‘숨막힌 추격’의 긴장감이 아니라 그들 셋의 우정이고 ‘진정한 용기(true grit)’이다. 
드러나 보이는 매티의 용기 뿐 아니라 삶의 정점을 지난지 오래인 카그번이 갖게되는 새로운 용기, 어느새 현상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매티를 구하는데에 뛰어들어 있는 라뷔프의 용기까지. 
따라서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매티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카그번의 필사적인 노력이지 톰 채니와의 결투는 아닌 것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놀라운 것은 어쩌면 이전까지의 전개와 동떨어진 결말이다.
복수에 성공하고 우정도 진해지는 전개에 이어,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카그번의 쓸쓸한 퇴장과 팔이 잘린채 굳이 결혼도 못했다는 설명까지 더해진 나이든 매티의 모습은 아버지의 복수를 해냈다는 완성의 느낌이 없이 허무하고 비관적이며 슬프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기도 하고. 나야 이런 마무리를 진정한 반전으로 반기지만 코엔형제의 각색이 얼마나 더해진 마무리인지 원작소설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코엔형제의 감동적인 서부극이라니. 코엔 형제를 믿고 그 이름만으로도 기꺼이 티켓값을 지불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미 오래 되었지만 그들의 첫 서부극도 아주 성공적이다.
자연스럽게 드는 이런 생각들 외에 다른 교훈이나 의미를 애써 찾지는 않으련다. 사람들이 <빅 레보스키>의 말미에서 교훈을 찾아내 질문을 쏟아낼 때 조엘 코엔이 대답했다.
“뭐라고요? 우리 영화에 그런게 있다고요?”

+ 제프 브리지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아역배우 '헤일리 스타인펠드'에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 있지만, 나는 그저 '제프 브리지스'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빅 레보스키> 이후 13년만에 코엔 형제와 함께한 제프 브리지스는 요란스럽지 않게 어느덧 놀라운 경지에 이르러 있다. 작년에 <크레이지 하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분명 이 작품으로 탔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역으로 시작해서 어느새 환갑을 넘은 이 배우는 정말이지.. 이번 작품에서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다른 얼굴을 하고 나와서 내복같은 옷만 입고도 카리스마를 폭발시킨다.

+ 조쉬 브롤린
이 배우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그 카우보이 ‘모스’인데, 우디 앨런의 신작 <환상의 그대>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배우도 영화마다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걸 알아차리는 것 또한 아주 큰 재미를 준다.

뭐랄까.. 일단 외모가 아주 독특한데, 덕분에 굉장히 다양한 역할이 가능할 것 같다. 그의 외모 만으로도 <더 브레이브>의 ‘톰 채니’는 멋있고, <환상의 그대>의 ‘로이’는 루저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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